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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략적 사고를 위한 게임이론(7) -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예

by 부업 어디까지 해봤니? 2025. 2. 19.

 본 절에서는 주어진 게임에서 어떠한 사실이 주지사실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분석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보여 주기 위하여 재미있는 몇 가지 예를 가지고 설명한다.

1. 협공
 계곡 양쪽에 항일 독립군이 매복하고 있고, 계곡 중간에는 일본군이 독립군의 매복 사실을 모르는 채 들어와 야영하고 있다. 계곡의 동편에는 A 중대가 매복하고 있고 서편에는 B 증대가 매복하고 있다. 두 중대는 동시에 일본군을 공격하면 대승을 거둘 수 있으나, 어느 한 중대든지 먼저 공격하면 두 중대 모두 전멸하게 된다고 하자.
 이 독립군에는 전령이 한 명 있는데, 그가 오가며 공격 시간을 서로에게 알려준다고 하자. 그런데, 전령이 상대방 중대로 가는 도중 일본군에게 발각되어 사살될 확률이 5%라고 한다. 이제 A 중대 중대장이 전령에게 "새벽 4시에 공격하자"는 메시지를 B 증대에서 전하라고 명령했다고 하자. 전령이 B 증대로 떠난 다음 A 중대는 안심하고 새벽 4시에 공격을 개시해도 되겠는가? 답은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A 중대를 떠난 전령이 B 증대에 도착하여 공격 시간을 전했다는 보장이 없기 떄문이다.
 이제 A 중대를 떠난 전령이 B 증대에서 공격 시간을 알려주고 다시 A 중대로 돌아왔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제 A 중대와 B 증대는 안심하고 새벽 4시에 공격을 개시해도 좋겠는가? 답은 역시 '아니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B 증대는 자기에게 소식을 전해주고 다시 A 중대로 떠난 전령이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니면 중간에 사살당했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A 중대는 B 증대가 공격 시간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B 증대가 공격 시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A 중대가 알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을 B 증대가 알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이제 다시 전령이 그 사실을 알려주러 B 증대로 떠났다고 하자. 그래도 A 중대장은 그 전령이 B 증대에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공격을 개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논리로, 전령이 아무리 여러 번 A 중대와 B 증대 사이를 오가며 공격 시간을 확인, 재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양측 독립군은 새벽 4시에 공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상의 상황과는 달리, '새벽 4시 협공'이 두 중대 사이의 주지사실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에는 의심할 여지 없이 두 중대가 새벽 4시에 협공하여 대승을 거두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주지사실과 근사주지 사실이 얼마나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전령이 두 중대 사이를 오가며 메시지를 전한 횟수를 N 번이라고 놓을 떄, N이 크면 클수록 주지사실에 근사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N이 아무리 크더라도 "협공 포기"가 독립군의 최적 전략인 데 반해, 완전 주지사실 하에서는 "협공"이 최적 전량이다.
 결국 새벽 4시 공격을 주지사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령이 여러 번 오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두 중대가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약속하는 편이 훨씬 낫다. 예컨대, 두 중대 측에서 모두 잘 보이는 먼 산에 전령이 횃불을 놓되 새벽 4시 공격이면 횃불 4개를 켠다는 식의 암호를 사전에 정해 놓는 방법이 있다.

 

동전 테두리의 톱니 문양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동전의 디자인을 보면, 앞 뒷면에 문양이 새겨져 있고 옆면 테두리에 톱니 모양의 홈이 파여 있다. 왜 그럴까? 옛날 금 본위주의 시대에는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 동전을 만들었다. 즉, 금화나 은화의 가치는 그 동전에 함유되어 있는 금이나 은의 무게에 해당하였다. 그러다 보니 부정직한 사람들이 언뜻 봐서는 표나지 않을 정도로 금화나 은화의 옆면을 깎아내어 거래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처음 찍어낼 당시에는 50그램이었던 금화가 나중에는 45그램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이 때문에 금화나 은화를 거래에서 주고받기를 꺼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동전 옆면에 톱니 모양의 홈을 만들고 앞 뒷면에는 초상을 새겨 조금만 도려내면 금세 표가 나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되면 동전이 훼손되었는지 즉시 알 수 있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들이 서로 믿고 금화나 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예에서도 우리는 다음을 알 수 있다. 어떤 금화의 가치가 50그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 금화의 가치가 50그램이라는 사실을 상대방도 알고 있음, 금화의 가치가 50그램임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음 등의 명제가 모두 성립한다고 해도 이는 주지사실에 가까울 뿐 주지사실은 아니므로 거래 과정에서 동전의 가치가 담보될 수 없다. 금화의 가치가 실로 50그램이라는 사실이 누구에게나 주지사실이어야 그 금화의 가치가 거래 과정에서 존중되는 것이다. 더불어, 금화의 가치가 실로 50그램이라는 사실이 주지사실이 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거래당사자가 동시에 그리고 공통으로 식별할 수 있는 그 무엇(여기서는 테두리에 새겨진 톱니 모양의 띠)을 만드는 것이다.
 이 예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 금본위제도하에서 생겨난 전통이 오늘날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불 태환화폐 제도하에서는 각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뿐 귀금속으로 화폐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굳이 테두리에 톱니 모양의 띠를 새길 필요가 없다. 테두리에 띠를 새김으로써 동전 제조원가만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우연한 역사적 전통에 의해 생겨난 디자인이 그대로 후대로 내려오고 있어야 한다. 이는 경로의존성 혹은 경제 사회적 진화 과정이 각종 제도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사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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