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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략적 사고를 위한 게임이론(9) -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예

by 부업 어디까지 해봤니? 2025. 2. 20.

흙투성이 꼬마들

 다음 예는 '흙투성이 꼬마들'이라고 불리는 수수께끼이다. 세 명의 아이가 동그랗게 둘러앉아 있다. 이 아이들은 모두 모자를 쓰고 있는데, 모자 색깔은 하얗거나 빨갛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각자는 다른 두 아이의 모자 색깔은 볼 수 있지만 자기 모자의 색깔은 볼 수 없다.
 세 아이가 모두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고 가정하자. 선생님이 들어와서 아이들 하나하나에 자기가 쓰고 있는 모자 색깔이 무어냐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자기 모자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선생님이 "너희 셋 중에 최소한 1명은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하자. 세 아이는 "그걸 누가 몰라?"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각자는 다른 두 아이가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을 빤히 보고 있으므로 '최소한 1명은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라는 선생님의 메시지는 아무런 추가 정보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는 각자 '나는 무슨 색깔의 모자를 쓰고 있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는 반면, 세 번째 아이는 자기 모자 색깔을 정확히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꼬마 2와 꼬마 3 둘 다 흰 모자를 쓰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만약 꼬마 2와 꼬마 3이 둘 다 흰 모자를 쓰고 있다면, 꼬마 1은 '최소한 1명은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는 선생님의 메시지로부터 자기 자신이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 아이는 '나는 내가 무슨 색깔의 모자를 쓰고 있는지 몰라요'라는 꼬마 1의 대답으로부터 꼬마 2와 꼬마 3중에 최소한 1명은 빨간 모자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논리로 꼬마 2도 자기 모자의 색깔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이로부터 꼬마 3은 다음과 같이 추리한다. "만약 내가 흰 모자를 쓰고 있다면 꼬마 2는 자기 모자 색깔이 빨간색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 거야. 꼬마 2는 꼬마 1의 대답으로부터 꼬마 2와 나(꼬마3)중에 최소한 1명은 빨간 모자를 쓰고 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내가 흰 모자를 쓰고 있다면 꼬마2는 자기 모자가 빨간색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었겠지. 그런데 꼬마2는 자기 모자 색깔을 알아맞힐 수 없었단 말이야. 이러한 사실로 추리해 보건대 결국 나는 빨간 모자를 쓰고 있어!"
 이 수수께끼에는 중요한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각자가 다른 두 아이의 모자 색깔을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세 꼬마 간의 주지사실이다. 선생님의 메시지와 꼬마들의 대답은 모든 사람이 동시에 알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선포된다. 각자는 다른 아이들이 정확하고 합리적인 추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이들 각자는 선생님의 메시지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메시지 내용이 세 꼬마 간에 주지사실은 아니었다는 데 수수께끼의 핵심이 있다. 이제 선생님이 공개적으로 '꼬마 중에 최소한 1명은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선포함으로써 이 사실은 주지사실이 되며, 결국 꼬마 3이 자기 모자 색깔을 정확히 추론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한다.

 

두 형사의 정보교환

 경찰학교 동기동창인 두 형사가 같은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두 형사는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각자 독립적으로 수사를 수행한다. 어느 형사도 사건을 완벽하게 수사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으므로 각자는 다소 다른 단서를 수집하였다고 하자. 수사를 끝낸 후 두 형사는 다방에서 만나 어느 용의자를 체포할 것인가를 결정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토론이나 설득도 하지 않고 다만 각자가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말할 뿐이다. 개별 형사는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수정할 수 있다. 서로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과정은 몇 번이든 되풀이할 수 있다.
 만약 두 형사가 충분히 오랜 시간 의견을 교환한다면 결국은 동일한 사람(예컨대 갑돌이)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형사 A는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만득이를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형사 B는 칠석이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가정하자. 형사 A는 B가 나름대로 합리적 근거를 갖고 칠석이를 범인으로 지목했을 것이므로 이를 고려하여 자신의 신념을 바꾼다. 마찬가지로 형사 B도 A가 만득이를 지목하도록 유도했음에 분명한 정보를 추론하여 자신의 신념을 수정한다. 이러한 의견교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두 형사 모두 동일인인 갑돌이를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다. 두 형사가 지목한 용의자가 동일 인물이라고 해서 왜 갑돌이를 용의자로 지목하였는지에 대한 근거나 이유도 같을 필요는 없다. 만약 각자의 근거를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두 형사는 서로 다른 살해 동기, 무기, 각본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동일 인물 갑돌이를 지목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는 게임을 포함한 의사결정에서 합리적 경제인의 행위는 비대칭정보에 근거해서만 자연스럽게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형사의 수수께끼에 비추어 볼 때, 개별경제인의 행동(어느 사람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는가)이 주지사실이라면 사건에 대한 비대칭정보(두 형사가 각자 어떠한 정보를 수집했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두 형사가 서로 다른 증거를 수집하였다면 이들 간의 대화와 의견교환이 자유롭더라도 끝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두 형사는 마치 똑같은 단서와 정보로부터 도출한 것처럼 똑같은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교훈은 정보의 비대칭성은 경제인들이 선택할 “행동”에 대하여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범위 내에서만 그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사실에 대하여 나는 이렇게 알고 있는데 당신은 저렇게 알고 있다는 식의 비대칭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제인들이 합리적이라면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상대방이 갖고 있는 정보를 종합하여 결국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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